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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향수의 역사
작성자 : 관리자 조회 : 3228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는 그녀의 나이 70세에 이르렀을 때에도 폴란드 국왕으로부터 프로포즈를 받았다.그녀가 즐겨 사용했던 최초의 알코올향수 '헝가리워터'덕분이었다.잘 알려진 얘기지만 로마의 시저나 안토니우스를 녹아 내리게 했던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나 뭇 남성들을 유혹했던 조선시대 황진이의 비결 또한 그녀들의 허리춤에 숨겨진 사향(麝香)이었다.이렇듯 향수는 단지 향기를 내는 차원을 넘어, 인간의 본성을 자극하며 오묘하고 신비한 세계로 들어가는 열쇠구실을 해 왔다.

향수의 기원에 대해서는 많은 이설(異設)이 있는데, 어원(語源)만으로 따져보면 인도 북부 파미르 고원 지역에 살던 힌두교도들의 향료로 알려져 있다.이들은 성스러운 종교의식이 있을 때마다 향나무에 불을 피워 그 연기의 향에 몸을 쐰 뒤 제단에 나아가는 관습을 가지고 있었다.

몸의 악취를 없앰으로써 신에 대한 경의를 표시하고자 함이었는데, 오늘날 불교나 유교를 숭상하는 아시아권에서 향을 피우는 것들은 모두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힌두교도들의 이러한 관습은 곧 코카서스ㆍ터키 지방을 거쳐 유럽에 전해졌고, 이후 라틴어 '연기 속으로'를 뜻하는 '퍼퓸(Perfume)'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기원전 5000-4000년경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이집트 시대의 화장품, 투탕카멘 왕의 피라미드에서 확인된 향료를 이용한 미이라의 방부 처리 기법 등을 볼 때, 향기의 이용은 이미 대부분의 고대 문명 세계에서 보편화된 것으로 추정된다.그렇다면 세상에는 수많은 향기가 있는데, 왜 어떤 향기들만 유달리 향료ㆍ향수로 불리며 사랑을 받게 되었을까?

지구상에 존재하는 화합물은 약 2백만 종으로, 이 중 5분의 1인 약 40만 종의 물질이 냄새를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냄새를 갖고 있다는 의미는 바로 이러한 물질들이 공기를 통해 날아갈 수 있을 정도로 미세한 입자화로 쪼개질 수 있으며, 특히 이 입자들이 수분이나 기름에 녹아들 수 잇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쇠에 냄새가 없는 것은 바로 구조 결합이 매우 단단하게 이루어져 있어 입자화가 불가능하고, 아울러 먼지에 냄새가 없는 것은 코에 달라붙어도 점막 내에서 전혀 화학반응을 일으키지 않아 후각신경이 이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그러나 향수가 존재할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이유는 향기에 대한 좋고 나쁨이 있기 때문인데, 사람에 따라 선호도에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일치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인류가 진화 과정에서 생존을 위해 축적한 경험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썩거나 부패한 냄새들은 대부분 싫어하는 냄새로 분류되는데, 이는 이러한 냄새가 나는 음식류를 먹었을 경우, 배탕이 나는 등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경험이 축적되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좋은 것으로 분류되는 과일 냄새, 꽃 냄새등은 과일이나 꽃의 꿀 등이 인류의 좋은 먹이감이었기 때문일 것이다.아울러 자극성이 있는 냄새나 다른 생명체의 냄새는 자기방어를 위해서 '나쁜 냄새'로 분류된 것으로 볼 수 있다.된장 냄새의 경우 서양인은 싫어하고 우리나라 사람은 좋아하는 경향을 띠는데, 엄밀히 따져 볼 때 된장 냄새는 발효 과정, 즉 썩는 과정을 거친 것이기에 냄새로만 따지만 나쁜 것으로 분류됨이 타당하다. 다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유의 식생활 때문에 이를 의식적으로 좋은 냄새로 분류, '구수하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한편, 고대의 향수는 소염, 살균과 같은 의약적 효과를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실제로 향나무의 향이나 미르라나무의 수액을 이용해서 만드는 몰약의 경우는, 그 냄새입자가 해충의 번식과 성장을 가로막는 작용을 하기도 한다.입자들의 활동성이 뛰어나고 화학적 결합 능력이 우수하다 보니, 곤충, 세균과 같은 하등생물에게는 약간의 입자들이 체내에 들어가도 그들이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당시의 향수는 지금과는 형태가 전혀 달랐다.식물의 경우 원재료를 태우거나 짓이겨서 나오는 즙액을 이용하는 정도였고, 동물의 경우는 향기가 나는 부위를 말려서 차고 다니는 정도였다.식물 향기의 경우는, 주로 재스민ㆍ장미ㆍ오렌지ㆍ라일락ㆍ백합ㆍ카네이션ㆍ수선화ㆍ제비꽃 등과 같이 화려한 냄새를 띠는 꽃잎, 제라늄ㆍ오렌지ㆍ시트로넬라의 잎사귀,레몬ㆍ라임ㆍ오렌지, 계피ㆍ그레이프프루트의 줄기 껍질, 당근ㆍ셀러리ㆍ바닐라콩 등의 줄기 전체, 이끼류 등을 사용했다.

이용 방법은 짓이기고 태우는 방식 외에, 이를 말려서 도자기 안에 넣거나 주머니에 담아서 쓰는 정도였고, 로마시대에
이르러 기름에다 이를 오랫동안 녹인 뒤 이 기름을 몸에 바르는 방식이 등장하기도 했다.

동물 향기의 경우는, 동물의 종류가 한정되어 있고 구하기도 힘들어 특권계층만이 이용할 수 있었다.대표적인 동물 향기로는 '머스크향'으로도 불리는 사향이다.사향은 암수 짝짓기 때가 돌아오면 배꼽 아래쪽에 있는 부위가 주머니 형태로 발달하게 되는데, 이주머니 안에 냄새를 발산하는 검은 기름덩어리들이 들어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향유고래의 장(腸)에서 생기는 결석에서 나오는 용연향(龍涎香,앰버그리스),에티오피아에 서식하는 사향고양이의 낭상분비선에서 배출되는 호르몬에서 풍기는 영묘향(靈猫香,시베트),북미에 사는 비버의 생식선에서 추출하는 해리향(海狸香,카스토레움)등도 지금까지 향수에서 애용되고 있다.

동물들의 이러한 향기는 곤충들이 이성을 유인하거나 의사 소통을 위해 발산하는 페로몬(Pheromone)과 같은 차원의 것으로 볼 수 있다.페로몬은 지방, 단백질 등으로 구성된 일종의 호르몬이지만, 호르몬이 내분비 물질인 반면 페로몬은 체외로 배출된다는 점에서 호르몬과 구별하기 위해 페로몬으로 이름이 붙여졌다.

미국의 에록스 사는 지난 1994년 인간의 피부에서 배출되는 체액의 성분을 분석, "이것이 인간의 페로몬"이라고 주장하며 이와 성분이 같은 물질을 인공적으로 제조, 향수에 넣어서 대대적인 선전을 한 바도 있지만, 아직까지 인간의 페로몬이라고는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페로몬을 파리, 모기, 좀벌레 등의 살충제로 이용하는 방법은 최근 수년 전부터 급속히 발달, 국내외 축산 농가 등에서 이미 실용화된 상태이다.파리의 경우 파리의 페로몬과 같은 성분을 제조, 이를 살충제, 설탕 등과 함께 섞어 놓으면 파리가 몰려와서 설탕을 먹다가 모두 죽게 되는데, 페로몬을 이용하지 않았을 경우와 비교할 때 유인효과가 무려 30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튼 향수는 이러한 동물 향료보다 일반인이 주로 이용하던 식물 향료들을 중심으로 발달해 오다 1370년 헝가리에서 알코올을 이용한 향수, 즉 최초의 향수라 할 수 있는 '헝가리워터'가 등장했다.꽃잎을 알코올에 담그는 방식은 그 이전에도 있었으나 찌꺼기가 생기는데다 꽃잎의 향기가 알코올에 완전히 배지 않아 오히려 알코올 냄새만 나는 단점이 있었는데, 이 때문에 헝가리워터는 증류법을 최초로 시도했다.

장미의 꽃잎을 모아 물을 조금 넣고 끓이는 데, 끓일 때 나오는 기체를 유리관을 통해 모아서 이를 다시 식히는 방식이었다.

이 경우 향기를 내는 성분들만 수분과 함께 진액형태로 쏙 빠져 나오게 되고, 이를 알코올에 섞으면 골고루 잘 섞일 뿐 아니라 알코올의 휘발성에 힘입어 향기가 더 잘 퍼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앞서 언급한 대로 엘리자베스 여왕은 물론, 프랑스의 루이 15세 등 황족, 귀족들 사이에 대대적인 선풍을 불러일으키며 각종 향수가 만들어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오늘날의 향수는 바로 이러한 향기의 진액과 알코올 성분의 비율에 따라 각각 다른 이름을 지니고 있는데, 퍼퓸(Perfume)이라고 쓰인 향수는 향료의 비율이 15-25%, 나머지는 알코올로 이루어진 매우 진한 향수를 뜻한다.

오드퍼퓸은 향료 비율이 9-12%로 퍼퓸보다는 다소 약하지만 여전히 매우 강한 향기를 띠는 향수이며, 오드토일렛은 약 5-7%의 향료를 포함한 향수를 말한다.일반인들이 가장 많이 쓰고 있는 향수는 이보다도 약한 오드콜로뉴로 약 2-7%의 향료만을 포함하고 있는데, 독일의 쾰른 지방에서 처음 등장하였다 해서 '쾰른의 물'을 뜻하는 '오드콜로뉴'라는 말이 붙여졌다.

오늘날 여성들에게서 가장 인기를 얻고 있는 상품인 '샤넬 넘버 5'는 1924년 프랑스의 화장품업자였던 코코 샤넬이 러시아인에르네스트 보에게 제조를 의뢰해 탄생한 상품으로, 그는 1번에서 5번까지, 20번에서 24번까지 총 10종류의 샤넬 향수를 만들어 냈다.

이 중 유독 넘버 5가 유명하게 된 것은 , 미국의 영화배우 마릴린 먼로가 기자들로부터 "밤에는 어떤 잠옷을 입고 자느냐?"는 질문을 받고, "샤넬 넘버 5"를 입고 잔다는 아리송한 말을 남기면서 전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게 되었기 때문이다.이밖에 크리스찬 디오르가 1947년 선보인 '뉴룩'과 '미스디올', 기라로쉬가 뉴욕에서 1966년 내놓은 '피지', 겔랑이 동양의 신비를 나타낸다는 의미로 일본 여성의 이름을 따서 1919년 개발한 '미쓰꼬'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향수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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